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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일본판 알파고' 딥젠고에 169수 불계패

좀 더 보기 좋게 올리려고 했는데 뭔가 양식이 깨지네요 ㅠㅠ

기사에 인간 랭킹 1위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엄밀한 의미의 공식 세계랭킹은 아니지만

https://www.goratings.org/en/ 에서 올초부터 ​​1위 박정환, 2위 커제입니다.

박정환 9단(오른쪽)이 인공지능 딥젠고에 169수 만에 불계패했다. 제한시간을 남겨둔 3시간 42분 만의 이른 종국이었다.

'바둑 전왕전 파이널' 제2국
딥젠고, 고별전에서 1승1패

(한게임바둑=한창규 기자)  인간 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인공지능 딥젠고에 설욕을 당했다.

박정환 9단은 1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바둑TV 스튜디오 대국장에서 열린 '바둑 전왕전 파이널' 제2국에서 딥젠고에 169수 만에 불계패했다.

딥젠고는 '일본판 알파고'로 불리는 인공지능 바둑.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이세돌-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결에 자극을 받아 기존의 바둑소프트 '젠'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딥젠고의 첫 수는 알파고가 붐을 일으킨 3ㆍ三. 그 후 세 귀를 걸쳐가며 전투 대형을 띠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향상과 바둑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바둑 개발을 목표로 2016년 3월에 '딥젠고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젠 개발자, 도쿄대학 연구실, 일본기원, 도완고 등이 협력하며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다.

2년여의 성장기를 통해 집대성을 이룬 딥젠고는 최근 은퇴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과거 공식 대결에서 패했던 각국 기사들을 상대로 리턴매치를 벌이는 무대를 마련했다. 이를 테면 고별전이자 설욕의 무대인 셈.

인간 랭킹 1위 박정환 9단. 딥젠고의 착점에 갸우뚱하는 모습도, 착수를 주저하는 모습도, 딥젠고의 냉정함에 실소를 짓는 모습도 보였다.

박정환 9단을 비롯해 중국의 미위팅 9단, 일본의 조치훈 9단이 '은퇴 경기'의 상대들이다. 박정환과 미위팅에게는 2017년 3월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1패씩 당한 바 있고(두 판 다 후반 역전패였다), 그보다 앞서 조치훈에게는 2016년 11월 제2회 전왕전에서 세 판을 겨뤄 1승2패를 기록했다.

미위팅 9단과 대결한 제1국은 딥젠고의 불계패. 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국에서 고질적인 후반 난조를 보이며 261수 만에 역전패했다.

딥젠고 개발자 가토 히데키 대표가 반상과 화면의 수들을 컴퓨터와 바둑판으로 옮겨 착점했다. 박정환 9단이 딥젠고의 수에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자 컴퓨터를 체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돌가리기 결과는 박정환의 백. 딥젠고는 이쪽 저쪽 귀의 집을 챙기며 실리로 앞서 나갔다. 박정환은 중반 들어 두터움을 바탕으로 기회를 노렸지만 형세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이렇다 할 실마리를 잡지 못하던 박정환은 150째수로 승부수를 띄웠다. 딥젠고가 많은 돌을 들여서 지어놓은 보가 속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거기서부터 사활승부가 됐다. 하지만 사는 수를 발견하지 못하면서 이른 시점에 종국됐다. 매번 불안했던 딥젠고의 종반을 볼 수 없었다.

2시간 만에 100수를 넘기는 빠른 진행으로 흘러갔다.

끝난 시각은 오후 시 42분. 대국을 시작한 지 3시간 42분 만이었다. 박정환 9단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패국 의사를 밝혔다. 각자 3시간의 제한시간 중 박정환이 23분 48초를, 딥젠고가1시간 55분 16초를 남겼다.

고별전을 마감하는 조치훈 9단과의 최종 3국은 오는 7일 일본에서 열린다. 모든 대국의 제한시간은 3시간, 초읽기는 1분 5회. 도중 휴식시간은 따로 주지 않는다. 인간 대국자는 승리시 5000만원을, 패배시 2000만원을 받는다.

종국 장면. 우상 방면의 승부수가 무위로 그치자 박정환 9단(백)이 몇 수 더 두다가 돌을 거둬 들였다.

초반부터 박정환의 시간 사용이 많았다. 각자 3시간의 제한시간 중 종국시에 박정환이 23분 48초를, 딥젠고가 1시간 55분 16초를 남겼다. 복기 장면. 딥젠고의 수들을 가토 히데키 대표가 놓아보이고 있다.

한국바둑의 심장 박정환 9단. "초반부터 밀려 힘도 못쓰고 패해서 아쉽지만 딥젠고와 재대국할 수 있어 기쁘고 영광스러웠다. 그동안 딥젠고에 많이 배워 올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딥젠고를 비롯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기사들이 많이 배우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은퇴를 발표한 딥젠고의 개발자인 가토 히데키 씨. "대국이 진행됨에 따라 박정환 9단의 실수가 나오면서 딥젠고의 승리 확률이 올라갔다. "딥젠고가 세계 최정상 프로기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