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 이니스프리
- 조회 수 180
오늘 2017 마스터즈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74번째 메이저 대회 도전 끝에
저스틴 로즈(영국)을 연장 첫 홀에서 꺾고 생애 첫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여러 스포츠 중에 축구가 강렬한 중세 시대의 전투를 상징한다면,
그와 대척점에 있는 야구는 희노애락을 담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생각되며,
골프는 양자의 요소를 겸유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가르시아는 그의 별명이 엘 니뇨(El Nino, 영어의 The Child에 해당)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90년대 후반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골프계의 천재소년으로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당시 19살의 가르시아는 또 다른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쉽에서
이미 20대 중반에 접어들어 전성기가 시작되었던 타이거우즈와 대회 막판까지 경쟁하며
아쉽게 준우승을 한 바 있습니다.
그 때만 하더라도 가르시아가 타이거 우즈와 함께 21세기 골프계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가르시아는 몇 번의 슬럼프를 겪는 등 부침을 겪으면서 비록 타이거 우즈만큼 성장하지는 못 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도합 21승을 기록하며 한 때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습니다.
다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우승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며 준우승 4회에 그쳤기 때문에
'메이저 대회 우승 없는 최고 선수'라는 비아냥도 칭찬도 아닌 꼬리표를 달고 다녔습니다.
오늘 마스터즈 파이널 라운드에서 가르시아는 저스틴 로즈에게 뒤지고 있던 상황임에도
15번 홀에서 그림같은 아이언샷으로 21세기 최초로 마스터즈 파이널 라운드에서 이글을 기록했고,
(가르시아 자신에게는 453홀만에 기록한 이글입니다)
결국 이 홀에서의 추격을 발판으로 연장까지 승부를 끌고 가서 역전 우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우승은 가르시아 자신에게도 첫 번째 메이저 타이틀로서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오랜 시간 플레이보이(?)로서의 생활을 접고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관람을 온 약혼녀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겨준 것이고,
스페인의 전설적인 골퍼이자 유럽 선수로는 최초로 마스터즈에서 우승했으며
몇 해 전 뇌종양으로 작고한 세베 바예스테로스의 생일에 우승했다는 점에서도 뜻깊다고 할 것입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가르시아는 세베가 자신의 아이돌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세베도 하늘에서 가르시아의 우승을 지켜보며 크게 기뻐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명인열전'이라는 마스터즈의 대회명에 걸맞는 명승부를 보여준 가르시아와 로즈 두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가르시아의 인생에 막힘이 없기를 기원합니다.